다리가 무겁고, 앉기도 불편하고 — 임신이 부른 정맥류와 치질
임신 후반에 흔한 다리 정맥류와 치질이 왜 생기는지, 집에서 어떻게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는지, 언제 진료가 필요한지, 출산 뒤엔 대개 어떻게 되는지 근거 기반으로 정리해요. 다리가 무겁고 앉기도 불편해진 분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배가 제법 불러온 어느 저녁, 종아리가 유난히 무겁고 뻐근하게 느껴진 적 있지 않나요? 거울 앞에서 다리 안쪽에 파랗게 도드라진 핏줄을 처음 발견하고 조금 놀랐을 수도 있고요. 앉을 때마다 항문 쪽이 욱신거려 자꾸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날도 있죠.
임신 후반에 찾아오는 이런 불편은 꽤 흔해요. 다리의 정맥류, 그리고 그 사촌 격인 치질이 대표적이죠. 반갑진 않지만, 대부분은 몸이 아기를 키워내느라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하나예요. 왜 생기는지, 집에서 어떻게 달랠 수 있는지, 어떤 신호는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출산 뒤엔 어떻게 되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핵심만 먼저
- 정맥류는 다리에 흔하지만 외음부나 직장에도 생겨요. 직장에 생긴 정맥류가 바로 치질이에요.
- 임신부의 약 30~40%가 치질을 겪어요. 둘 다 특히 임신 3분기에 흔해요.
- 대개 몸에 해롭지 않고, 아기에게도 위험하지 않아요. 상당수는 출산 뒤 좋아져요.
- 다리에서 피가 나거나, 한쪽 다리가 아프고 붓고 붉어지면 혈전 신호일 수 있으니 진료를 받아요.
왜 하필 임신하면 정맥류가 생길까요
정맥은 우리 몸 곳곳의 피를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길이에요. 그런데 임신을 하면 이 길에 세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겹쳐요. 먼저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혈관 벽을 부드럽게 이완시켜요. 여기에 몸속 혈액량 자체가 늘고요. 마지막으로 자라는 아기가 골반과 다리의 정맥을 위에서 눌러요.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다리에서 중력을 거슬러 심장까지 피가 올라가기가 한결 어려워져요. 그러면 피가 한곳에 고이고, 정맥이 부풀어 피부 밖으로 도드라지게 되죠.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생긴 정맥류는 다리와 발목에 가장 흔하고, 외음부(바깥 생식기)에도 생길 수 있어요. 그리고 직장 주변에 생긴 정맥류가 바로 치질이에요. 정맥류와 거미양정맥(가늘고 붉거나 푸른 실핏줄)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거미양정맥은 도드라지거나 만졌을 때 울퉁불퉁하지 않다는 점이 달라요.
증상은 사람마다 달라요. 아무 느낌이 없는 분도 있고, 다리가 무겁고 피로하고 쑤시거나, 정맥 주변이 가렵거나, 다리에 쥐가 나거나, 욱신거리는 통증과 부종을 느끼는 분도 있어요. 대체로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래 서 있을 때 더 심해지는 편이고요.
집에서 다리를 편하게 하는 법
다행히 정맥류는 대개 위험하지 않아서, 병원에서 굳이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증상을 덜고 더 심해지지 않게 돕는 방법들이 있어요. 핵심은 하나예요. 다리에 피가 고이지 않게, 흐름을 도와주는 거죠.
한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지 않도록 자주 자세를 바꿔 보세요. 앉을 때 다리를 꼬는 습관은 혈액 순환에 좋지 않으니 잠깐 내려놓는 게 좋아요. 앉아서 쉴 땐 발을 살짝 올려 두고, 잘 때는 왼쪽으로 누우면 다리에서 심장으로 피를 나르는 큰 정맥의 눌림이 줄어요. 압박 스타킹이나 압박 양말, 지지력 있는 팬티스타킹도 도움이 되고요. 짠 음식을 조금 줄이면 붓기를 더는 데 보탬이 돼요.
여기서 한 가지 반가운 이야기. 걷기는 정맥류에 좋아요. 매일 몇 킬로미터씩 걸을 필요는 없고, 짧은 산책이면 충분하대요. 한참 서 있었다면, 그 뒤에 발을 올려 두어 피가 심장 쪽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면 좋고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순환에 힘을 보태는 셈이에요.
치질, 생각보다 흔하고 생각보다 덜 무서워요
치질은 유독 입 밖에 내기 민망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임신부의 약 30~40%가 겪을 만큼 흔해요. 혼자만의 일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에요. 치질은 직장 안이나 항문 주변의 정맥이 부풀어 오른 상태로, 특히 임신 3분기에 잘 생겨요.
왜 생기느냐 하면, 골반과 아랫배 쪽에 압력이 쌓이기 때문이에요. 늘어난 혈액량 탓에 정맥이 평소보다 더 많은 피를 옮기느라 눌리고, 여기에 임신 중 흔한 변비가 더해져요. 임신 호르몬은 소화 속도를 늦추는데, 그러면 변이 오래 머물며 정맥을 누르고, 배변 때 힘을 주면 압력이 한 번 더 실리거든요. 증상은 배변 시 통증, 항문 주변 가려움, 그리고 대변이나 변기, 휴지에 묻어나는 붉은 피 같은 것들이에요. 아무 증상이 없는 분도 있고요.
붉은 피를 보면 덜컥 겁이 나기 마련이에요. 치질로 인한 직장 출혈은 대개 해롭지 않지만, 임신 중이라면 어떤 출혈이든 한 번은 진료로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원인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 마음이 훨씬 놓이거든요.
치질, 이렇게 달래요
치질 관리의 목표는 증상을 편하게 만드는 거예요. 대개 출산 뒤 극적으로 좋아지거나 완전히 사라지니까, 그때까지는 집에서의 관리와 배변 습관을 다듬는 게 중심이 돼요.
가장 먼저 변비를 다스리는 게 중요해요. 배변할 때 힘을 덜 줄수록 정맥에 실리는 부담도 줄거든요.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하루 식이섬유 2530그램, 물 812컵을 권해요. 변기에 앉을 땐 발밑에 작은 발받침을 두면 골반저근육이 이완돼 배변이 한결 수월해지고요. 대변연화제나 완하제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건 꼭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한 뒤에 쓰세요.
집에서 시도해 볼 완화법도 있어요. 순수 알로에나 코코넛오일을 살짝 바르면 가벼운 통증과 불편이 덜해지고, 위치하젤은 가려움과 통증을 줄이는 데 쓰여요.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는 좌욕은 항문 주변 근육을 풀고 혈류를 도와줘요. 생활 습관에서는 너무 오래 서거나 앉아 있지 말고 옆으로 누워 골반 부담을 덜어 주기, 앉을 때 도넛 방석 쓰기, 그리고 변기에서 힘주거나 오래 앉아 있지 않기가 도움이 돼요.
한 가지 당부가 있어요. 연고든 좌약이든 완하제든, 임신 중 사용하는 약이나 보조제는 무엇이든 담당 의료진의 확인을 먼저 받는 게 좋아요. 안전하고 효과적인 선택을 함께 고를 수 있도록요. 이 대목은 임신 중 약을 대하는 원칙과도 맞닿아 있어요.
이런 신호라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대부분의 정맥류와 치질은 불편하긴 해도 위험하진 않아요. 그래도 몇 가지 신호는 그냥 넘기지 않는 게 좋아요.
정맥에서 피가 나거나, 정맥 주변 피부에 잘 낫지 않는 헐은 상처(궤양)가 생기면 진료를 받으세요. 특히 한쪽 다리에 통증과 부종, 붉어짐이 함께 나타난다면 혈전(피떡)의 신호일 수 있으니 미루지 말고 확인해야 해요. 정맥류는 드물게 정맥 표면에 혈전이 생기는 표재성 혈전정맥염으로 이어지거나, 심부정맥혈전증 위험을 높일 수 있거든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알아 두면 좋아요.
치질 쪽에서는 배변 시 출혈이 보일 때, 집에서의 관리로도 항문 통증이 나아지지 않을 때, 그리고 완하제·대변연화제·연고·오일·보조제 같은 걸 써 보려 할 때 의료진에게 알리는 게 좋아요. 참고로 치질은 태아에게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그 점은 안심해도 돼요.
출산 뒤엔 어떻게 될까요
가장 궁금한 대목일 거예요. 정맥류는 대개 일시적이라, 아기가 태어난 뒤 서서히 줄어들어요. 다만 여러 번 임신을 거치면 매 임신마다 조금씩 심해지거나 예전만큼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어요. 만약 출산 후에도 정맥류가 남는다면, 그때 경화요법이나 레이저, 수술 같은 치료 선택지를 의료진과 상의해 볼 수 있고요.
치질도 대개 출산 후 몇 주 안에 좋아져요. 다만 분만 때 힘을 주는 과정에서 출산 직후 일시적으로 더 심해지기도 해요. 치질이 아물고 난 자리에 항문 입구의 작은 피부꼬리가 남기도 하는데, 대개 무해하니 진료 때 한번 봐 달라고 하면 돼요.
임신이 진행되며 몸이 겪는 변화는 주수별로 조금씩 결이 달라져요. 정맥류와 치질도 그 흐름의 한 자락이고요. 진료 때 이런 걸 물어보면 좋아요. 지금 내게 압박 스타킹이 도움이 될지, 변비를 다스릴 안전한 방법은 무엇인지, 좌욕이나 바르는 약 중 지금 써도 되는 게 있는지, 그리고 어떤 증상이 오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불편을 혼자 참기보다, 편안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는 편이 훨씬 든든하니까요.
참고한 자료
- Cleveland Clinic. Varicose Veins While Pregnant: Causes & Treatment. 2026.
- Cleveland Clinic. Hemorrhoids During Pregnancy: Causes & Treatment. 2026.
의료 면책 고지 = 해당 정보는 일반적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임신 중 복용하거나 바르는 약, 보조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고, 다리의 통증·부종·발적이나 출혈 등 이상 신호가 있으면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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