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도 맞는 백신이 있다고요? 챙길 것과 미룰 것
임신 중에 권장되는 백신(백일해·독감·RSV 등)과 출산 뒤로 미루는 백신(생백신)을 근거 기반으로 정리한다. 백신이 왜 나와 아기 모두를 지키는지, 접종 시기는 언제인지, 그리고 국내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면 좋은지를 차분히 안내한다.
임신 중에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까, 진료실에서 한 번쯤 망설여 본 적 있지 않나요? 몸속에 작은 사람을 품고 있으니,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주사 한 대에도 손이 멈칫하게 되죠.
그런데 임신 기간에 오히려 챙기는 편이 좋은 백신이 있어요. 나를 지키는 동시에, 아직 스스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아기에게 항체를 물려주는 백신들이에요. 반대로 출산 뒤로 미뤄 두는 편이 좋은 백신도 있고요. 어떤 게 어디에 속하는지, 왜 그런지를 하나씩 풀어 볼게요.
핵심만 먼저
- 임신 중에는 백일해가 든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불활성화 독감 주사,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이 권장돼요.
- Tdap은 보통 27주부터, 매 임신마다 맞아요. 엄마의 항체가 아기에게 전달돼, 생후 첫 몇 달을 지켜 주거든요.
-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든 생백신(MMR·수두 등)은 임신 중에는 피하고 출산 뒤로 미뤄요.
- 어떤 백신을 언제 맞을지, 국내에서 어떤 백신이 도입돼 있는지는 담당 산부인과·질병관리청 안내로 확인하는 게 좋아요.
임신 중에 왜 백신을 챙길까요
먼저 이유부터요. 백신은 면역계에 특정 병원체를 미리 '연습'시켜 두는 일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그 병에 노출됐을 때 몸이 더 빠르게 방어할 수 있게 돼요.
임신 중 접종에는 한 가지가 더 얹혀요.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산부인과 전문의 설명에 따르면, 임신 중에 백신을 맞으면 그 면역이 태아에게도 전달돼, 아기가 스스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생애 초기 몇 달을 보호받을 수 있어요. 갓 태어난 아기는 아직 면역이 여물지 않았고, 첫 예방접종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 틈을 엄마의 항체가 메워 주는 셈이에요.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임신 중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아기의 예방접종 일정은 그대로 따라가야 해요. 백신으로 얻은 면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 때문에, 아기 역시 정해진 때에 스스로 접종을 받아야 계속 보호받을 수 있어요.
임신 중에 권장되는 백신들
그럼 어떤 백신을 챙기면 좋을까요.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임신 중 권장 백신으로 RSV, 불활성화 독감, Tdap을 꼽아요. 여기에 아직 접종받지 않았다면 A형·B형 간염 백신도 상황에 따라 권장될 수 있고요. 하나씩 볼게요.
백일해가 걱정되는 Tdap. Tdap은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를 함께 막는 백신이에요. 이 중에서도 임신 중 접종의 핵심은 백일해예요. 백일해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갓난아기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아기가 백일해 백신 첫 회를 생후 2개월이 되어야 맞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 전까지의 몇 주가 감염에 취약한 시기로 남는 거죠.
그래서 임신 중 Tdap을 맞으면, 엄마가 만든 항체가 아기에게 건너가 태어난 그날부터 아기를 지켜 줘요. 전문의는 과거에 Tdap을 맞은 적이 있더라도 임신할 때마다 다시 맞기를 권한다고 설명해요. 이런 감염에 대한 방어력은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기 때문이에요. 접종 시기는 보통 임신 27주부터로 안내돼요. 참고로 아기를 돌볼 다른 가족이 함께 Tdap을 맞아 두는 것도 아기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해마다 챙기는 독감 주사. 독감 백신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든 비강 분무형과 불활성화된 주사형으로 나뉘어요. 임신 중에는 이 중 불활성화 주사를 맞고, 생백신인 비강 분무는 피해요. 연구에 따르면 불활성화 독감 주사는 임신 전 분기에 걸쳐 안전하다고 보고돼요. 임신 중에는 독감에 걸렸을 때 더 심하게 앓기 쉽고, 독감 감염이 조산 같은 위험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예방의 의미가 커요.
비교적 새로운 RSV 백신. RSV는 건강한 성인에게는 대개 가벼운 호흡기 질환이지만,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요. 임신 중에 RSV 백신을 맞으면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RSV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요.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이 백신을 임신 3분기, RSV가 유행하는 시기에 32~36주 사이 접종한다고 안내해요.
반대로, 출산 뒤로 미루는 백신
모든 백신이 임신 중에 괜찮은 건 아니에요.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든 생백신은 임신 중에는 피하는 게 원칙이에요. 아주 적은 양이라도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이론적으로 태반을 지나 태아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임신 중 권장되지 않는 대표적인 생백신으로는 MMR(홍역·볼거리·풍진)과 수두(varicella) 백신이 있어요. 이 백신들이 필요하다면 임신 전에 맞아 두거나 출산 뒤로 미루게 돼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도 임신 중에는 권장되지 않아요. HPV 백신은 생백신은 아니지만, 임신 중 사용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풍진처럼 임신 전에 미리 챙겨 두면 좋은 백신은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다룬 편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했어요. 지금 임신 중이라면, 예전 접종 기록이 헷갈릴 때 항체 검사로 면역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보면 돼요.
국내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여기까지가 큰 그림이에요. 다만 한 가지 짚어 둘 게 있어요. 지금까지의 권장 내용은 주로 해외 기관의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라, 어떤 백신을 어떤 시기에 권하는지, 그리고 RSV 모체 백신처럼 비교적 새로운 백신이 국내에 도입돼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실제 접종은 담당 산부인과, 그리고 질병관리청·대한산부인과학회의 국내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해요. 백일해와 독감 접종은 국내에서도 임신부에게 폭넓게 안내되는 편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대상은 진료 시점의 지침을 따르는 게 좋아요. 접종 전에 달걀 알레르기처럼 백신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면 미리 알리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진료실에서 물어보면 좋은 것들
임신을 확인한 뒤 첫 진료나 산전 검사 일정 중에, 예방접종 이야기를 함께 꺼내 두면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이럴 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지금 임신 주수에 맞춰 챙기면 좋은 백신이 있는지, Tdap과 독감 주사는 언제 맞는 게 좋을지, RSV 백신이 필요한 시기이고 국내에서 가능한지, 예전 접종 기록이 불확실한데 항체 검사가 필요한지 같은 질문들이에요.
백신은 결국 나와 아기, 두 사람의 생애 초기를 함께 지키기 위한 선택이에요. 무엇을 언제 맞을지는 내 상황과 임신 주수에 맞춰, 담당 의료진과 함께 정해 나가면 충분해요.
참고한 자료
- Cleveland Clinic. Vaccinations During Pregnancy: What You Need and What To Avoid. 2024.
-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Maternal Immunization Schedule.
의료 면책 고지 = 해당 정보는 일반적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어떤 백신을 언제 접종할지에 대한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 및 국내 예방접종 지침을 전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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