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일 맞춘 성관계, 임신 가능성 높이지만... 남성 성 건강은?
차의과학대·충남대 연구진 439명 추적... 타이밍 성관계가 남성 성기능 흔들었다 난자채취 당일 정액 채취 실패도 변수... 임상 문헌은 사전 동결을 예방책으로 제시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임신을 위해 날짜를 맞춰 성관계를 하는 부부가 많다. 이른바 ‘타이밍 성관계’다. 배란일에 맞춰 관계를 하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남성에게는 “그날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국내외 난임 관련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배란일 중심의 성관계가 일부 남성의 발기 기능과 사정 기능,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임신을 위한 성관계가 반복될수록 성생활이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니라 ‘수행해야 하는 일’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됐다. 차의과학대학교와 충남대학교 비뇨의학과 연구진은 2008년 7월 1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3년 동안 타이밍 성관계를 시도한 남성 439명을 추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저널 오브 안드롤로지’와 2013년 ‘BJU 인터내셔널’에 각각 실렸다.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BJU 인터내셔널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439명 가운데 188명인 42.8%가 이전에는 없던 발기부전을 새로 겪었다. 사정장애를 호소한 남성도 26명으로 전체의 5.92%였다.
심리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성들의 불안과 공격성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더 많이 필요로 한 남성들은 불안 점수와 공격성 점수가 모두 높았다. 배란일에 맞춰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몸의 문제뿐 아니라 마음의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액 검사 결과를 알고 지낸 시간도 남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지린대학교 제1병원 연구진은 2021년 6월부터 10월까지 난임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509명을 조사했고 이 결과를 2022년 ‘리프로덕티브 바이올로지 앤드 엔도크리놀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은 정액 검사를 받은 적이 없거나 최근 6개월 안에 검사를 받은 남성이었다. 다른 한쪽은 6개월보다 더 오래전에 정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남성이었다.
차이는 뚜렷했다. 정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오래 알고 지낸 남성들 중에서는 발기부전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정자 상태가 심하게 나쁜 집단에서는 그 위험이 더 컸다. 반대로 정액 검사 결과가 정상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정자 수치 자체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뒤 임신을 계속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하고, 배란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남성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 성관계를 하는 비율도 정자 상태가 좋지 않은 남성들에게서 더 높았다. 지린대학교 연구에서 최근 검사를 받았거나 검사를 받은 적 없는 남성의 타이밍 성관계 비율은 11.8%였다. 반면 정자 상태가 좋지 않다고 오래전에 통보받은 집단에서는 그 비율이 25~28% 수준까지 올라갔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22년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연구는 난임 남성, 유산을 경험한 부부, 임신 준비 단계 남성 등 1256명을 비교했다. 이 연구에서 타이밍 성관계를 택한 비율은 난임군 19.6%, 유산 경험군 17.4%, 임신 준비군 10.0%였다. 임신이 잘되지 않거나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 배란일에 맞춘 성관계 비율이 더 높았다.
난임 시술 과정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체외수정 같은 보조생식술을 할 때 여성은 난자를 채취하고, 남성은 정해진 시간에 정액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그 순간에 사정에 실패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팀이 3년 동안 난자채취 주기 301건을 검토한 결과 5명이 당일 정액 채취에 실패했다. 비율은 1.66%였다. 이 가운데 3명은 이전에 정액을 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던 남성도 시술 당일의 압박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데나필 50mg을 처방하고 시청각 자극을 함께 제공했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보조생식술 관련 임상 문헌은 이런 일이 대략 2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본다. 남성 요인 난임 환자에게서 더 흔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발기부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패의 결과는 작지 않았다. 2004년 ‘휴먼 리프로덕션’에 실린 증례 보고에 따르면 한 남성은 난자채취 당일 정액 채취에 실패한 뒤 다른 방식으로 정자를 확보했지만 임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남성은 난자채취 1주일 뒤 불안과 우울 증상으로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정자를 전혀 얻지 못해 채취한 난자 4개가 모두 폐기됐다. 이 부부는 관계의 위기를 겪은 뒤 10개월이 지나서야 정자를 미리 얼려두고 다시 시도했다. 문헌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위험 가능성이 있는 남성은 시술 전에 정자를 미리 동결해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타이밍 성관계가 효과 없는 방법은 아니다. 코크란 연합은 배란 예측을 활용한 타이밍 성관계 연구 7건과 참가자 2464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그 결과 소변 배란검사를 이용하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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