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정자 질 영향 줄까” 생식액까지 파고든 미세플라스틱
여성 난포액 29건, 남성 정액 22건 분석…PTFE가 가장 자주 검출 동물 연구선 염증·DNA 손상 가능성 제기…인체 생식 영향은 추가 연구 필요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사람의 생식과 직접 관련된 체액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난포액과 남성의 정액에서 플라스틱 성분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이 곧바로 난임이나 불임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생식의학회(ESHRE)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5년 진행된 제41차 ESHRE 연례회의에서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여성 29명의 난포액과 남성 22명의 정액을 분석했다. 난포액은 난자가 자라는 공간에 있는 액체이고 정액은 정자를 포함한 남성 생식액이다.
분석 결과, 여성 난포액의 69%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가장 많이 발견된 성분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었다. PTFE는 코팅 제품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계열 물질이다. 이 밖에도 폴리프로필렌(PP), 페트병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아마이드(PA), 폴리에틸렌(PE), 폴리우레탄(PU), 폴리스티렌(PS) 등이 확인됐다.
남성 정액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적지 않게 발견됐다. 분석한 정액 표본의 5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남성 표본에서도 PTFE가 가장 많이 나왔고 PS, PET, PA, PU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진은 검사 과정에서 외부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했다. 모든 표본은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용기에 담아 보관했다. 이후 특수 처리를 거쳐 레이저 직접 적외선 현미경으로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에밀리오 고메스-산체스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이미 사람의 여러 장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생식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것 자체가 완전히 뜻밖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여성의 69%, 남성의 55%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했다는 점은 놀라웠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이번 연구가 미세플라스틱과 난임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생식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난자나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실제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동물 연구에서는 우려할 만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고메스-산체스 박사는 “동물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조직에서 염증, 활성산소 생성, DNA 손상, 세포 노화, 호르몬 교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게서도 난자나 정자의 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이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생활습관과 환경 노출 정도도 함께 조사한다. 이후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난자와 정자의 질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지나치게 불안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메스-산체스 박사는 “현재로서는 경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생식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나이, 건강 상태, 유전적 요인처럼 다른 요소도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생활습관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메스-산체스 박사는 “음식을 보관하거나 데울 때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병에 든 물을 마시는 양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칼하스-조르제 ESHRE 직전 의장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환경 요인이 생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난포액 3분의 2 이상과 정액 절반 이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며 “아직 의미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생식액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난임이나 불임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더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 난자와 정자 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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