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병원을 바꿔야 하는 신호들
배아 78만 개가 만들어지고 53만 개가 폐기되는 시대 환자가 정작 볼 수 없는 정보

해외의 한 시험관 시술 병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입니다)
(사진=미라클 병원)
지난해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 다섯 명 중 한 명은 난임 지원사업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5월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4만8981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19.2%를 차지했다. 2024년 3만7276명보다 1만1705명(31.4%) 늘었고, 2022년 2만3122명(전체 출생아의 9.3%)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인원과 비중이 모두 두 배를 넘어섰다.
시술의 규모가 커진 만큼 실패의 규모도 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5년 3월 국내 처음으로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을 보면 2022년 난임시술을 시행한 기관은 201개소, 시술 건수는 20만7건이었다. 2019년 대비 5만3653건(36.7%)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체외수정 시술은 16만6870건(83.4%)으로, 인공수정 시술(3만3137건·16.6%)이 줄어드는 사이 홀로 늘었다. 반면 초음파에서 임신낭이 확인된 비율인 임신율은 체외수정 평균 36.9%, 인공수정 평균 13.0%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체외수정 시술 열 건 중 여섯 건 이상이 임신 확인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실패 앞에서 난임 부부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질문은 병원을 옮겨야 하는가다. 그러나 이 질문에 국내 어떤 공식 자료도 정답을 주지 않는다. 정부는 기관별 임신 성공률을 공개하지 않고, 배아 배양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대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환자는 결국 자신이 겪은 진료 과정의 질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병원 변경의 기준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시술 차수다. 하지만 통계는 차수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사평가원 자료에서 체외수정 시술의 57.7%, 인공수정 시술의 81.4%가 1~2차에 몰려 있었다. 다수의 환자가 애초에 여러 차례를 채우기 전에 시술을 끝내거나 중단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누적 차수가 쌓인 환자는 그 자체로 조건이 까다로운 집단일 가능성이 크다.
연령의 영향도 크다. 체외수정 임신율은 25~29세에서 48.4%로 가장 높았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낮아지다 40세를 넘어서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인공수정 임신율은 25세 미만이 17.3%로 가장 높았다. 2022년 난임시술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37.9세였고, 체외수정 시술에서는 35~39세 비율이 34.2%로 가장 컸다. 인공수정에서는 30~34세가 43.0%로 가장 많았다. 같은 세 차례 실패라도 32세와 42세가 뜻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임상 현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은 차수보다 배아의 질과 결합된 개념이다. 양호한 등급의 배아를 세 차례 이상 이식했는데도 임신에 이르지 못하거나 화학적 임신으로만 끝나는 경우를 '반복 착상 실패'로 분류한다. 서울의료원 가임센터를 비롯한 난임 진료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정의다. 핵심은 이식한 배아의 등급이다. 채취 자체가 잘 되지 않았거나 이식할 배아를 확보하지 못한 실패와, 좋은 배아를 넣었는데 착상하지 않은 실패는 원인 구조가 다르고 대응도 달라야 한다.
병원 변경을 검토할 만한 신호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실패의 횟수가 아니라 실패 이후의 절차다. 실패한 주기가 다음 주기 설계에 반영되지 않고 동일한 자극 프로토콜과 동일한 이식 조건이 되풀이된다면, 시술을 더 받는 것보다 판단 구조를 바꾸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병원 변경을 검토할 만한 신호는 대체로 정보의 공백으로 나타난다. 실패 후 원인 재평가 없이 같은 프로토콜이 반복되는 경우, 채취된 난자 수와 수정률, 배반포 도달률 같은 배양 결과를 설명받지 못하는 경우, 반복 착상 실패에 해당하는데도 추가 검사 논의가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배아 등급 판정과 동결 기준을 확인할 수 없거나, 시술 계획이 바뀐 사유를 진료기록에서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성 요인이나 자궁내막 요인 평가가 누락된 채 주기만 반복되는 상황 역시 점검 대상이다.
반대로 변경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는 국면도 있다. 양호한 등급의 배아 이식이 아직 한두 차례에 그쳤거나, 자궁근종 절제 같은 예정된 처치를 앞두고 있거나, 직전 주기에서 난소 반응이 뚜렷하게 개선된 경우가 그렇다. 새 기관의 초진 대기가 길어 시술 공백이 커지는 상황, 보존기간 만료가 임박한 동결 배아가 남아 있는 상황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기 시간이나 응대에 대한 불만은 그 자체로는 시술 결과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체외수정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공정의 상당 부분은 진료실이 아니라 배아 배양실에서 이뤄진다. 난자와 정자를 다루고, 수정 여부를 확인하고, 배아를 배양·평가하고, 동결과 해동을 수행하는 작업이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 환자가 직접 볼 수 없고, 설명을 요청하지 않으면 결과 수치조차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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