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분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 — 경막외마취의 거의 모든 것
무통분만(경막외마취)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효과·부작용·아기 영향까지 미국산부인과학회 기준으로 정리했어요. 걸을 수 있는지, 밀어낼 수 있는지도 함께.
출산을 앞두고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질문 중 하나가 '통증을 어떻게 견딜까'예요. 무통분만이라는 말은 익숙한데, 막상 그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나는지, 아기에게는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느끼지 않나요? 출산의 통증을 다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는 게 경막외마취예요. 어떤 방법들이 있고 각각 어떤 결인지 미리 알아두면, 진통이 시작됐을 때 더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어요.
핵심만 먼저
- 무통분만에 흔히 쓰이는 경막외마취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출산 통증 완화법이에요. 등 아래쪽에 가는 관(카테터)을 넣어 약을 넣어요.
- 경막외마취를 하면 하반신의 감각이 둔해지지만, 의식은 또렷하게 깨어 있고 아기를 밀어내는 것도 가능해요.
- 약을 넣은 뒤 보통 10~20분 안에 통증이 줄기 시작해요. 움직일 수는 있지만 걷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 통증 완화제를 쓴다고 해서 출산이 '덜 자연스러워'지는 건 아니고, 제왕절개 확률이 높아지지도 않아요. 아기에게 장기적인 영향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 어떤 방법을 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에요. 누구의 압박도 받을 필요 없고, 진통 중에 마음을 바꿔도 괜찮아요.
통증을 다루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에요
출산의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요. 하나는 '진통제(analgesia)'로, 감각이나 움직임을 잃지 않으면서 통증을 덜어주는 방식이에요. 통증을 줄여주되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하나는 '마취(anesthesia)'로, 통증을 포함한 대부분의 감각을 차단해요. 약이 작용하는 범위에 따라 온몸에 작용하는 전신성, 허리 아래 같은 한 영역에 작용하는 부위성, 아주 좁은 부위에만 작용하는 국소성으로 나뉘어요.
미국산부인과학회는 통증 완화에 대해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었어요. 통증 약을 쓴다고 해서 출산이 '덜 자연스러운' 게 되는 건 아니고, 제왕절개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통증 완화제는 진통과 분만을 더 잘 견디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러니 어떤 방법을 택하든, 그건 본인이 자기 몸의 느낌을 기준으로 내리는 선택이에요. 파트너나 가족, 의료진이 특정 방법을 강요할 일이 아니고요.
경막외마취, 등에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가장 널리 쓰이는 경막외마취부터 살펴볼게요. 이름 그대로, 척추를 감싸는 공간 바깥쪽(경막외강)에 약을 넣는 방식이에요. 진통과 질식분만에서는 보통 마취제와 진통제를 섞어 써요. 그러면 하반신의 감각이 둔해지지만, 의식은 깨어 있고 또렷해요. 아기를 산도로 밀어내는 힘주기도 할 수 있어요.
시술은 보통 마취과 전문의나 훈련된 의료진이 맡아요. 먼저 등 아래쪽 피부를 소독하고 국소마취로 그 부위를 마비시킨 다음, 작은 부위에 바늘을 넣어요. 이때 옆으로 눕거나 앉아 등을 바깥쪽으로 둥글게 만 자세를 시술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게 돼요. 바늘이 자리를 잡으면 그 안으로 가는 관을 넣고 바늘은 빼내요. 관은 그대로 남아서, 필요할 때마다 그 관을 통해 약을 넣어요. 경우에 따라 본인이 버튼으로 약 공급을 조절하기도 해요.
통증 완화는 약을 넣은 뒤 보통 10~20분 안에 시작돼요. 경막외마취를 한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는 있지만, 걷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리고 한결 편안해지더라도 진통을 아예 못 느끼는 건 아니어서, 수축을 어렴풋이 느끼거나 분만이 진행되며 내진을 느낄 수도 있어요.
부작용은 어떤 게 있을까요
경막외마취에서 비교적 흔한 건 가려움이에요. 아편유사제(오피오이드) 성분을 함께 쓸 때 잘 나타나는데, 다른 약으로 가라앉힐 수 있어요. 그 밖에 덜 흔하게는 혈압이 떨어지거나, 열이 나거나, 두통이 생기거나, 시술 부위가 뻐근할 수 있어요. 떨림, 소변을 보기 어려운 느낌, 입가에 물집(구순 헤르페스)이 다시 올라오는 것도 알려진 부작용이에요.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게요. 경막외마취의 심각한 합병증은 매우 드물어요. 드물게 마취제가 척수액으로 들어가 호흡 근육에 영향을 주거나, 혈관으로 잘못 들어가 저림·빠른 맥이 생기거나, 척수나 신경이 다치는 경우가 보고됐지만, 흔한 일은 아니에요. 그러니 부작용 목록을 보고 겁을 먹기보다, '이런 게 생길 수 있구나' 정도로 알아두고 그 자리에서 의료진과 상의하면 돼요.
아기 입장에서의 위험도 전반적으로 낮아요. 다만 경막외마취에 아편유사제를 함께 쓰면, 전신 진통제를 쓸 때처럼 아기의 심박수 변화, 호흡 문제, 졸림, 근긴장 저하, 수유 감소 가능성이 조금 올라갈 수 있어요. 이런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편 통증을 다스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에도 나름의 영향이 있어요. 호흡이 달라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그러니 통증 완화는 '참는 게 미덕'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따져볼 선택지예요.
척추마취, 병용마취, 그리고 전신마취
부위마취에는 경막외마취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어요. 척추마취는 척수 주변의 액체에 약을 한 번 주사하는 방식이에요. 경막외마취보다 훨씬 가는 바늘을 쓰고, 통증 완화가 빠르게 시작되지만 효과는 한두 시간으로 짧아요. 그래서 제왕절개에 자주 쓰여요. 부작용과 위험은 경막외마취와 비슷해요.
두 가지를 합친 '척추-경막외 병용마취(CSE)'도 있어요. 먼저 척추마취로 통증을 바로 가라앉히고, 이어 경막외 카테터를 넣어 지속적인 완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에요. 빠른 효과와 지속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고, 같은 수준의 완화를 더 적은 약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위험과 부작용은 경막외마취와 비슷하고요.
전신마취는 의식을 재우는 방식이라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아요. 빠르게 시작할 수 있어서 주로 응급 상황에 쓰여요. 다만 위 내용물이 폐로 넘어가는 흡인 같은 드문 위험이 있어 평소엔 잘 쓰지 않아요. 아기에게는 일시적으로 호흡이 느려지거나 덜 또렷해질 수 있지만, 보통 빠르게 회복되고 뇌나 발달에 영구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약 말고도 도움이 되는 방법들
통증을 다루는 방법이 마취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전신성 진통제(아편유사제)는 주사나 정맥 주사로 통증을 덜어주는데, 의식을 잃게 하진 않아요. 가려움·메스꺼움·졸림 같은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분만 직전 한 시간 안에는 쓰지 못할 수 있어요. 일부 병원에서 쓰는 아산화질소('웃음가스')는 통증을 마비시키진 않지만 불안을 줄이고 통증을 견디기 쉽게 해줘요. 마스크로 들이마시며 본인이 시점을 조절해요. 분만 직전 회음부 통증을 줄이는 음부신경차단(국소마취)도 있어요.
약을 쓰지 않는 방법도 단독으로, 또는 약과 함께 쓸 수 있어요. 출산 교실에서 배우는 호흡·이완법, 파트너가 허리 아래를 눌러주거나 마사지해주는 것,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 (허용된다면)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 등에 온·냉찜질을 하는 것 같은 방법이요. 수축이 강해질 땐 그 사이사이에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며 쉬는 것도 도움이 돼요.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들
통증 완화 방법은 진료 때 미리 의료진과 이야기 나눠두면 좋아요. 꼭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고, 실제로 진통이 시작된 뒤에 정해도 괜찮아요. 다만 내가 출산할 병원에서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내 건강 상태(심장 질환, 일부 혈액 질환, 간 질환, 과거 척추 수술 등)에서 고려할 점은 없는지 미리 알아두면,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해당되는 점이 있다면 마취과 전문의와 미리 상담하기도 해요.
무엇을 택하든, 그건 본인의 선택이에요. 통증을 어떻게 다룰지 미리 그려보되, 진통 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괜찮아요. 출산이 시작되는 신호를 어떻게 읽는지, 또 출산 가방엔 무엇을 챙기면 좋을지 함께 정리해두면, 그날을 한결 차분하게 맞을 수 있어요.
의료 면책 고지 = 해당 정보는 일반적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통증 완화 방법의 선택과 본인에게 맞는 옵션은 담당 의료진·마취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세요.
참고한 자료:
-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Medications for Pain Relief During Labor and Delivery (FAQ086). Last updated December 2022. (SRC-0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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