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청년·난임클리닉 방문 남성 분석서 운동성 저하 연관성
초가공식품 섭취 상위군, 총운동성 7.83%포인트 낮아
대부분 관찰 연구…“특정 음식이 직접 원인” 단정은 어려워
김혜원 기자 · gpdnjs1107@naver.com·2026년 7월 23일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식습관이 정자의 운동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탄산음료와 가공육, 전지방 유제품, 초가공식품 등을 많이 섭취한 남성에게서 정자의 운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정자 운동성은 정자가 난자를 향해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자 수가 충분하더라도 앞으로 움직이는 힘이 부족하면 수정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 음식을 섭취하면 정자 운동성이 직접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없다. 대부분 참가자의 평소 식생활과 정액검사 결과를 비교한 관찰 연구다. 관련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된 식품군과 근거를 정리했다.
◆ 가당음료 하루 1.3회 이상…전진운동성 9.8%포인트 낮아
탄산음료와 과일맛 음료 등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정자 운동성과의 연관성이 비교적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식품군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8∼22세의 건강한 남성 189명을 대상으로 식품섭취빈도조사와 정액검사를 실시했다. 이른바 ‘로체스터 청년 남성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2014년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에 실렸다.
연구 결과 하루 1.3회분 이상 가당음료를 마신 남성은 하루 0.2회분 미만을 섭취한 남성보다 전진운동성을 가진 정자의 비율이 평균 9.8%포인트 낮았다. 연령과 체질량지수, 흡연, 운동량, 카페인 섭취량 등을 보정한 뒤에도 연관성이 관찰됐다. 가당음료에는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간 탄산음료와 과일맛 음료, 스포츠음료, 에너지음료 등이 포함됐다. 생과일이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과일 자체가 정자 운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참가자 1명당 한 차례의 정액검사만 진행한 횡단면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가당음료가 운동성을 직접 낮췄는지, 음료를 많이 마시는 남성의 다른 생활 습관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가공육 많이 먹은 남성... 운동성 저하 가능성 약 2배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많이 먹는 식습관도 정자 운동성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란 샤히드 베헤슈티 의과대학 연구진은 특별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정자 운동성 저하증 남성 72명과 정상 정액 소견을 보인 남성 169명 등 총 241명의 식습관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2012년 ‘휴먼 리프로덕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식품섭취빈도조사를 이용해 참가자들이 가공육과 붉은 고기, 생선, 유제품, 채소, 과일, 단 음식 등을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가공육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정자 운동성 저하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2배 높았다. 연구에서 제시된 오즈비는 2.03이었다.
여기서 가공육은 햄과 소시지, 베이컨, 살라미, 핫도그 등 염장·훈연하거나 보존 처리를 거친 육류를 뜻한다. 가공하지 않은 소고기나 돼지고기까지 모두 정자 운동성에 해롭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케이크·사탕 등 단 음식도 같은 연구서 연관성
과자와 케이크, 사탕 등 달콤한 음식들도 이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정자 운동성 저하증과 연관성을 보였다. 단 음식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남성은 가장 적은 남성보다 운동성 저하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2배 높았다. 연구에서 제시한 오즈비는 2.05였다.
다만 이는 사탕이나 케이크 한 종류가 정자의 운동성을 직접 떨어뜨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평소 여러 종류의 단 음식과 디저트를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를 조사했다. 가공육과 단 음식 관련 결과가 동일한 연구에서 나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각각 별도의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 전지방 유제품 많이 먹을수록 전진운동성 낮아져
치즈와 전지우유, 아이스크림 등 지방 함량이 높은 유제품도 정자 운동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스페인 연구진은 로체스터 청년 남성 연구에 참여한 18∼22세 남성 189명의 유제품 섭취량과 정액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는 2013년 ‘휴먼 리프로덕션’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유제품을 전지방 제품과 저지방 제품으로 구분했다. 전지방 유제품에는 전지우유와 크림, 아이스크림, 크림치즈, 일반 치즈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전지방 유제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전진운동성을 가진 정자의 비율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정상적인 형태를 가진 정자의 비율도 낮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관성이 주로 치즈 섭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저지방 유제품에서는 정자 운동성 저하와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운동성과의 통계적 연관성은 경계 수준이었고 연구 대상도 젊고 신체활동이 많은 남성으로 제한됐다. 해당 결과만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남성이 유제품을 끊어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 트랜스지방 섭취 상위군, 운동성 저하증 가능성 2.53배
일부 제과류와 튀김 식품에 들어갈 수 있는 트랜스지방도 정자 운동성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있다. 이란 연구진은 새롭게 정자 운동성 저하증을 진단받은 남성 107명과 정상 정액 소견을 보인 남성 235명 등 총 342명의 지방 섭취량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2015년 미국생식의학회 학술지 ‘퍼틸리티 앤드 스테릴리티’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식품섭취빈도조사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섭취한 전체 지방과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오메가-3 지방산 등의 양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정자 운동성 저하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트랜스지방 섭취 상위 집단의 오즈비는 2.53이었다.
연구가 직접 조사한 것은 도넛이나 감자튀김 같은 특정 음식이 아니라 식단을 통해 섭취한 트랜스지방의 총량이다. 트랜스지방은 부분경화유나 쇼트닝을 사용한 일부 과자와 페이스트리, 튀김류 등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제품과 제조 방식에 따라 함량이 다르다.
◆ 초가공식품 섭취 많은 남성, 총운동성 7.83%포인트 낮아
가공육과 포장 과자, 가당음료, 즉석식품 등을 포괄하는 초가공식품은 최근 연구에서도 정자 운동성과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스페인 연구진은 2021년 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모집한 18∼40세의 건강한 남성 200명을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8.4세였다. 연구 결과는 2024년 ‘휴먼 리프로덕션 오픈’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섭취한 식품을 산업적 가공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NOVA 체계’를 적용했다. 이후 전체 섭취 열량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과 정액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보다 정자의 총운동성이 평균 7.83%포인트 낮았다.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던 열량의 10%를 과일과 채소, 콩, 견과류 등 비가공 또는 최소가공 식품으로 대체하는 상황을 통계적으로 추정했을 때는 총운동성이 5.80%포인트, 전진운동성이 5.7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참가자들의 식단을 실제로 바꾼 임상시험이 아니라 기존 식사 자료를 이용한 통계적 대체 분석이다.
중국 성징병원 난임클리닉에서 남성 11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정자 운동성 저하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53% 높았다.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수은 함량 높은 대형 어류…정자 운동성 저하 가능성
참치는 종류에 따라 수은 함량이 크게 다르지만, 먹이사슬 상단에 있는 눈다랑어와 왕삼치 등 대형 포식성 어류는 수은 노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눈다랑어와 왕삼치를 수은 함량이 가장 높은 어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참치 전체가 고수은 식품인 것은 아니다. 가다랑어를 주원료로 하는 라이트 참치 통조림은 상대적으로 수은 함량이 낮아 ‘참치’라는 이름만으로 일괄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은과 정자 운동성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2026년 홍콩중문대 연구진이 발표한 사람 대상 연구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은 26∼63세 남성 250명의 정액과 정장액에서 총수은·메틸수은·무기수은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정자 100만개당 결합한 수은량이 많을수록 정상 형태의 정자 비율과 운동성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참가자가 먹은 생선의 종류와 양을 조사하지 않아 눈다랑어나 왕삼치 섭취가 정자 운동성을 직접 떨어뜨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만 생식의료기관 남성 84명을 분석한 2019년 연구에서도 포식성 어류 섭취와 높은 혈중 수은 농도가 정상 형태의 정자 비율 감소와 관련됐지만, 운동성 저하를 직접 입증한 결과는 아니었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고수은 대형 어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수은 노출이 늘어 정액의 질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 한두 번 먹은 음식보다 반복되는 식습관이 문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한 번 먹은 햄이나 탄산음료가 정자 운동성을 곧바로 떨어뜨린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에서 불리한 연관성이 나타난 것은 해당 식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복적으로 섭취한 집단이었다. 이는 참가자의 식단을 무작위로 배정하고 정자 운동성의 변화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따라서 ‘정자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음식’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낮은 정자 운동성이나 운동성 저하증과 연관된 음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이라면 가당음료를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바꾸고, 가공육과 포장 간식, 즉석식품의 섭취 빈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식단을 조절할 수 있다. 정액검사에서 운동성 저하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면 음식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비뇨의학과나 난임 전문 의료기관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