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금 총정리... 탈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냉동난자, 얼리기만 하면 끝일까... 지원금보다 더 큰 ‘보관료의 함정’ 서울·경기 난자동결 지원, AMH 1.5 이하가 가른다... 신청 전 확인할 기준은

액체질소에 보관된 가축의 생식세포. 생식세포 동결 기술은 1946년 개구리의 정자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난자동결(냉동난자) 시술비를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검색량도 함께 뛰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 액수와 신청처만 확인하고 병원부터 찾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지원 요건에 숨은 의미, 신청 과정에서 실제로 탈락하는 지점, 그리고 정작 아무도 길게 말해주지 않는 '얼린 다음'의 이야기까지, 시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계약서 읽듯 꼼꼼히 짚어야 할 정보를 정리했다.
AMH 1.5 이하라는 조건, 어떤 의미일까
서울과 경기의 지원 요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AMH 1.5ng/ml 이하'는 이 제도의 성격을 보여주는 핵심 조건이다. AMH(항뮬러관호르몬)는 난소에 남은 난포의 양, 쉽게 말해 '난소 나이'를 가늠하는 수치다. 이 수치가 1.5 이하라는 것은 또래 평균보다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다는 뜻이다. 결국 현행 지원 제도는 모든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돕는 보편 정책이 아니라, 난소 기능이 이미 떨어져 시간이 급한 여성을 선별해 돕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난자는 젊고 건강할 때 얼려야 효율이 좋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고 30대 후반부터 급격히 감소하며, 실제 나이와 생체 나이가 달라 병원에서 AMH 등 여러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런데 AMH가 정상 범위인 건강한 20~30대는 소득이 낮아도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언론 취재에서도 세종처럼 문턱이 낮은 지자체가 있는 반면 서울·경기는 선별 지원 방식이어서 지역별 지원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내가 지원 대상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산부인과에서 AMH 혈액검사부터 받아봐야 한다. 다만 서울시는 20대에 대해 난소기능수치 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고 있어 20대라면 수치가 애매해도 포기하지 말고 문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항암치료를 앞둔 20대 여성이 AMH 수치 초과로 대상에서 제외돼 시술을 포기했던 사례가 알려진 뒤 기준 완화가 이뤄진 만큼, 의학적 사유가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원 인원 650명, 그 재원의 속사정
서울시 사업의 규모와 재원 구조도 알아둘 만하다. 서울시는 시술비의 50%, 1인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하며 지원 규모를 지난해 300명에서 올해 65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돈의 출처다. 650명 가운데 500명분은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 기부금, 150명분은 서울시 예산으로 충당된다. 서울시와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는 저출생 위기극복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과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지원에 2026년까지 총 4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순수 시 예산 사업이 아니라 민간 기부와 결합된 한시적 구조라는 점은, 향후 지원 규모가 기부 종료 이후에도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급 적용 규정도 챙길 부분이다. 서울에서 6개월 이상 주민등록상 거주한 20~49세 여성이 사업 시작 시점인 2023년 9월 1일 이후 시술한 경우라면, 서류 확인 절차를 거쳐 완화된 기준으로 소급 지원받을 수 있다. 이미 자비로 시술을 마친 사람도 기한 내라면 환급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다.

요건을 충족해도 서류 단계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있다.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걸리는 지점은 진료비 세부내역서의 항목 구분이다. 경기도 안내문에는 진료비 세부내역서상 동결 시술비와 보관료 금액이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으면 해당 내역이 지원에서 제외되며, 신청인은 시술 전 반드시 의료기관에 별도 청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병원이 시술비와 보관료를 묶어 하나의 항목으로 청구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까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납 전에 동결 시술비와 보관료를 영수증에 분리 청구해 달라고 요청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신청 기한도 지역마다 다르다. 경기도는 회차와 상관없이 생애 1회 지원하며 난자동결 시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고, 서울시는 시술일 기준 1년 이내 신청이 가능하다. 시술 후 몸을 추스르며 미루다 보면 기한을 넘기기 쉽다. 두 제도 모두 시술 완료 후 신청하는 사후 환급 방식이므로 일단 전액을 자비로 결제할 자금 계획이 필요하고, 지원금은 신청자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된다.
중복 지원 규정 역시 탈락 사유가 된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영구적 불임 예상 생식세포 동결·보존 시술비 지원사업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유사 사업과는 중복 지원이 불가하고, 서울시 등 타 시도의 난자동결 지원을 받았다면 경기도 지원은 받을 수 없다. 기혼자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신청 여부를 우선 확인하는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횟수가 모두 소진된 경우에는 난자동결 지원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시술받은 의료기관 소재지와 무관하게 전국 어디서 시술해도 인정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 국적 여성은 외국인등록번호로는 신청할 수 없다는 제한도 있다.
가장 뼈아픈 규정은 따로 있다. 서울과 경기 모두 공난포 등으로 난자동결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과배란 유도를 마치고 채취에 들어갔는데 난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까지 쓴 주사비와 검사비가 전부 본인 부담으로 남는다. 난소 기능이 낮은 여성일수록 공난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제도의 대상자와 제도의 사각지대가 겹치는 구조적 아이러니가 있다.
you're not alone
혼자만 이런 거 아니에요.
같은 질문을 하신 분들이 이 기사도 읽었습니다.
매주 한 통, 분위기 깨지지 않는 편지로 이어 읽어보실 수 있어요.
편지 받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