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난임, 나이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젊은 여성 난임 원인 4
생리불순·극심한 생리통, 몸이 보내는 생식 건강의 경고 신호 다낭성난소증후군부터 자궁내막증·난관 손상·조기난소부전까지

(사진=생성형 AI로 제작)
20대라는 나이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일 수 있지만, 정상 배란과 건강한 난관까지 보장하는 ‘안전장치’는 아니다. 생리불순을 체질로 넘기거나 심한 생리통을 진통제로 버티는 사이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난관 손상 같은 원인이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난임을 나이 문제로만 보면 젊은 여성의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마더인사이트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등의 난임 자료를 종합하면, 난임은 남녀 생식기관의 질환으로 인해 피임하지 않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했는데도 12개월 이상 임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일반적으로 6개월을 기준으로 검사를 권고하지만, 나이가 어리더라도 임신을 방해할 수 있는 질환이나 병력이 있다면 1년을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임신은 난자가 자라고 배란된 뒤 난관에서 정자와 만나 수정되고,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해 착상하는 과정을 거쳐 성립한다. 이 과정 가운데 어느 한 단계에 문제가 생겨도 자연임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20대 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배란장애와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난관 손상, 조기난소부전 등이 꼽힌다.
◆생리를 해도 배란은 불규칙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살펴봐야 할 원인은 배란장애다. 매달 생리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상적인 배란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난자가 충분히 자라지 않거나 배란 시기가 불규칙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날 가능성이 떨어진다.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수개월씩 생리를 거르는 여성이라면 배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배란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다. ACOG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여성 난임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설명한다. 이 질환은 호르몬 불균형과 배란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난소 안에 난포가 존재하더라도 난자가 규칙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임신에 필요한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임신 기회 자체도 줄어들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월경 주기가 길어지거나 생리를 건너뛰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남성호르몬 증가와 관련해 여드름이나 다모증 등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증상의 종류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겉으로 뚜렷한 변화가 없고 생리불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단순히 원래 주기가 불규칙한 체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서울의료원 가임센터 건강정보에서도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월경장애가 있는 경우 난임센터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데 생리 주기가 계속 불규칙하다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실제로 배란이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경 기록만으로 배란 여부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이 시행된다.
다만 생리불순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난임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리 주기가 비교적 규칙적이라고 해서 모든 임신 과정이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생리 양상은 원인을 찾기 위한 단서이지 그 자체로 진단 결과는 아니라는 의미다.

두 번째 원인은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염증과 통증, 유착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조직은 난소나 난관 주변을 비롯한 골반 안 여러 부위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난소 기능이나 난관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임신을 방해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통과 골반 통증이다. 이전에는 견딜 만했던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졌거나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반복된다면 검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성관계 중 통증이나 배변 시 통증 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모든 환자에게 뚜렷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부 여성에게 자궁내막증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으며, 임신에 어려움을 겪은 뒤 처음 질환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통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궁내막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ASRM도 자궁내막증과 난임 사이의 연관성을 다루면서 자궁내막증 여성이 골반 통증이나 난임, 난소 부속기 종괴 등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임신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변의 위치와 범위, 난소 및 난관에 미친 영향에 따라 임신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자궁내막증을 단순히 ‘생리통이 심한 질환’으로만 받아들이면 진단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은 생리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증상으로 여기거나 진통제로만 버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 증상 없었던 감염이 난관에 흔적 남긴다
세 번째 원인은 난관 손상이다. 난관은 배란된 난자가 이동하고 정자와 만나 수정되는 통로다. 난관 내부가 막히거나 주변 조직과 유착되면 난자와 정자가 정상적으로 만나기 어려워진다. 수정이 이뤄지더라도 수정란이 자궁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난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골반염이다. 골반염은 여성의 생식기관에 발생하는 감염으로, 치료하지 않은 클라미디아나 임질 같은 성매개감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감염과 염증이 난관까지 번지면 흉터 조직이 생기고 난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다.
CDC에 따르면 골반염 병력이 있는 여성 8명 가운데 1명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골반염은 증상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상태로 지나가기도 한다. 감염 당시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고 해서 생식기관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클라미디아 역시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여성 생식기관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겨 이후 임신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과거 성매개감염이나 골반염을 앓았거나 자궁외임신, 골반 수술 등의 병력이 있다면 난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ASRM은 자궁외임신과 골반염, 자궁내막증, 골반 수술 병력이 난관 요인 난임을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난관 이상 여부는 증상만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하면 자궁난관조영술 등으로 난관이 열려 있는지를 평가한다.
젊은 여성의 난관 문제는 나이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난소에 난자가 충분하고 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수정이 일어나는 통로가 막혀 있다면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난임 평가에서 난소 기능뿐 아니라 난관 상태와 과거 감염·수술 병력을 함께 살피는 이유다.

네 번째 원인은 조기난소부전이다. 일반적으로 난소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지만, 일부 여성은 40세 이전부터 난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에는 ‘조기 폐경’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였지만, 난소 기능이 간헐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어 조기난소부전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조기난소부전은 난소 안의 난포가 예상보다 일찍 줄거나 난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수개월 동안 멈추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안면홍조나 수면장애 등 에스트로겐 감소와 관련된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조기난소부전의 원인으로 염색체 이상과 자가면역질환, 방사선치료, 항암제 투여, 난소 제거 등을 제시한다. 다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기난소부전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가족력이나 특정 질환이 없더라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ACOG 역시 조기난소부전을 40세 이전에 난소의 난포가 고갈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로 설명한다. 청소년과 젊은 여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20대라는 나이만으로 난소 기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기난소부전은 생리가 멈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임신이나 다른 호르몬 질환, 체중 변화 등 월경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인을 확인하고 관련 검사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생리가 갑자기 불규칙해졌거나 수개월 동안 나오지 않는다면 임신 계획 여부와 관계없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
20대 여성의 난임을 생활습관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체중 변화, 흡연 등은 생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정 습관 하나가 난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생활습관만 탓하다가 배란장애나 자궁내막증, 난관 손상처럼 확인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놓칠 수 있다.
난임 검사는 임신 시도 기간만을 기계적으로 따져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35세 미만 여성은 피임 없이 규칙적인 성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임신되지 않을 때 평가를 시작한다. 그러나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심한 생리통, 자궁내막증과 골반염 병력, 항암치료 이력처럼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확인됐다면 더 일찍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다.
검사에서는 배란 상태와 난소 기능, 자궁 구조, 난관 개통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살핀다. ASRM은 난임 평가에 배란 상태와 여성 생식기관의 구조 및 난관 개통성 확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안내한다. 모든 검사를 무조건 한꺼번에 시행하기보다 생리 양상과 증상, 과거 병력 등을 토대로 필요한 검사를 정하는 방식이다.
한편, 젊다는 사실은 임신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절대적인 보증서는 아니다. 생리 주기가 계속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또는 과거 감염·수술·항암치료 이력이 있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살펴야 한다. 20대 난임에서 중요한 것은 지나친 불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이만 믿고 필요한 확인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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