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본인부담 30%·지자체 회당 최대 110만 원 지원… 실부담 가르는 건 '비급여'
김혜원 기자 · gpdnjs1107@naver.com·2026년 7월 22일
(사진=마더인사이트/챗gpt 제작)
난임치료는 이제 일부 부부만의 고민이 아니다. 2024년 태어난 아이 7명 중 1명이 난임시술로 세상에 나온 가운데, 치료를 시작한 부부의 1년 비용은 배란유도 수십만 원대부터 시험관 시술 1000만 원 안팎까지 벌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과 지자체 지원으로 급여 시술 부담은 낮아졌지만, 실제 지출을 가르는 변수는 여전히 비급여다. 착상 전 유전검사와 배아 보관료, 약제비가 더해지는 순간 같은 치료를 받아도 부부가 감당해야 할 금액은 크게 달라진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난임 시술 부작용 분석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에서 난임시술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8.7%에서 2024년 15.1%로 5년 새 1.7배 수준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 수는 30만2348명에서 23만8235명으로 21.2% 줄었지만, 난임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2만6371명에서 3만6025명으로 36.6% 늘었다. 같은 연구에서 난임시술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율은 2019년 35.5%에서 2024년 27.3%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난임시술 출생아 10명 중 8명 이상(84.7%)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2015년 이후 처음 반등한 가운데, 난임 지원은 저출생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난임치료는 더 이상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치료를 결심한 부부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비용이다. 어떤 치료를 어느 강도로 받느냐에 따라 1년 지출이 수십만 원에서 1000만 원 안팎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치료 단계별 비용 구조와 건강보험, 지자체 지원을 모두 적용했을 때의 실제 부담을 따져봤다.
(그래픽=마더인사이트)치료는 '계단식'으로 올라간다
난임 치료는 보통 몸과 지갑의 부담이 작은 방법부터 단계적으로 시도한다. 출발점은 배란유도다. 클로미펜이나 레트로졸 같은 먹는 배란유도제, 또는 주사제로 배란을 유도한 뒤 배란 시기에 맞춰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배란장애가 원인인 경우 우선 고려된다.
다음 단계인 인공수정(IUI)은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선별해 배란 시기에 맞춰 자궁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마지막 단계인 체외수정(IVF), 이른바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 주사로 여러 개의 난자를 키워 채취한 뒤 몸 밖에서 수정시킨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다.
갓 만든 배아를 곧바로 이식하면 신선배아 이식, 얼려둔 배아를 녹여 이식하면 동결배아 이식이 된다. 어느 단계에서 시작할지는 나이와 난임 원인, 난소 기능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배란장애가 뚜렷하면 배란유도부터 밟아가지만, 나팔관 폐쇄나 심한 남성요인 난임처럼 원인이 분명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체외수정을 권고받기도 한다.
실제 시술은 체외수정에 쏠려 있다. 심사평가원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을 보면 2022년 난임시술 20만7건 가운데 체외수정이 16만6870건으로 83.4%를 차지했고, 인공수정은 3만3137건(16.6%)에 그쳤다. 그해 시술을 받은 사람은 7만8543명, 평균 연령은 37.9세였다. 초혼·초산 연령이 올라가면서 처음부터 성공률이 높은 체외수정을 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건강보험, 출산당 25회, 본인부담률은 연령 구분 없이 30%
난임시술에는 2017년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이후 급여 범위가 계속 넓어져 왔다. 현재 급여 횟수는 출산당 체외수정 최대 20회, 인공수정 최대 5회 등 총 25회다. 2024년 2월부터는 체외수정 안에서 신선배아와 동결배아를 나누던 칸막이가 없어져, 20회를 본인 상태에 맞는 시술에 자유롭게 배분해 쓸 수 있게 됐다.
2024년 11월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원 기준을 '난임부부당 25회'에서 '출산당 25회'로 바꿨다. 시술로 출산에 성공하면 이전에 쓴 횟수와 관계없이 다음 아이를 위한 25회가 새로 주어진다. 아울러 45세 이상 여성에게 50%로 차등 적용되던 본인부담률을 30%로 내려, 연령 구분 없이 일괄 30%가 적용되도록 했다. 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취료와 급여 약제비 등 부대 비용에도 원칙적으로 본인부담 30%가 적용된다.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절차가 있다. 정부 지정 난임시술 의료기관에서 난임검사를 거쳐 의사가 발급한 난임진단서가 필요하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상자의 보조생식술 진료정보를 등록해야 시술 단계로 넘어간다. 결혼 여부와 시술 유형, 시술 시작일 등이 함께 등록되며, 이 정보를 토대로 급여 횟수가 관리된다.
다만 횟수 관리는 필수다. 급여 횟수를 모두 소진하면 이후 시술은 전액 비급여로 전환돼 본인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각 지자체 보건소도 안내문에서 급여 적용 횟수 초과 시 비급여 전환에 따른 부담 증가를 명시하고 있다.
(그래픽=마더인사이트)지자체 지원, 소득 안 보고 회당 최대 110만 원 더 얹어줘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남은 본인부담금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한 번 더 덜어준다. 난임부부 중 여성의 주소지 관할 보건소를 방문하거나 정부24, e보건소 공공보건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과거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로 제한됐던 소득 기준은 2024년 들어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폐지돼, 이제 거주지나 소득과 무관하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법률혼뿐 아니라 1년 이상 관계를 입증한 사실혼 부부도 대상이다.
지원 상한은 신선배아 이식 회당 최대 110만 원, 동결배아 이식 회당 최대 50만 원, 인공수정 회당 최대 30만 원이다. 시술비 중 일부·전액본인부담금의 90%를 이 한도 안에서 지원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3종, 즉 배아동결비(최대 30만 원)와 유산방지제·착상보조제(각 최대 20만 원)는 별도 한도로 보태준다.
회차별 지원 잔액이 남으면 원외처방 약제비 일부도 청구할 수 있다. 신청 후 발급되는 지원결정통지서의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6개월이며, 통지서를 받은 이후 시작한 시술부터 지원된다. 시술 먼저, 신청은 나중이라는 순서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신청 때는 난임진단서와 부부의 건강보험증 사본, 주민등록등본(부부 주소지가 다르면 가족관계증명서 추가) 등을 낸다. 행정정보 공동이용에 동의하면 일부 서류는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 공난포(난자 미채취)나 난소저반응, 조기배란처럼 의학적 사유로 시술이 중단된 경우에도 일정 요건에서 지원이 이어지도록 제도가 보완돼 있다. 다만 세부 운영 방식과 상한액은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어 거주지 보건소 공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계별로 따져본 실제 부담
배란유도 단계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먹는 배란유도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약값 부담이 작고, 진찰과 초음파 추적을 포함한 회당 외래 비용도 수만 원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1차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클로미펜은 값이 싸고 배란율이 80%에 이를 만큼 높지만 실제 임신율은 회당 20~25% 수준이어서, 여러 주기를 반복하며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경구약에 반응이 없어 주사제(성선자극호르몬)로 넘어가면 약제 부담이 회당 수십만 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 이 단계는 보건소 시술비 지원사업의 대상(인공수정·체외수정)이 아니어서 건강보험 급여만 적용된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공수정은 약값을 포함한 1회 총비용이 대략 50만~80만 원 선에서 형성된다. 건강보험 30%를 적용한 본인부담은 15만~25만 원 수준이고, 여기에 보건소 지원 최대 30만 원이 더해지면 급여 항목 기준 실부담은 회당 0~10만 원 안팎까지 내려간다는 것이 복지·의료비 정보 매체 유리지갑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체외수정은 단위가 다르다. 신선배아 시술의 1회 총비용은 병원비와 약값을 합쳐 대략 300만~500만 원으로 안내된다. 400만 원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30%를 적용하면 본인부담은 약 120만 원, 여기서 보건소 지원 110만 원을 빼면 급여 항목 기준 실부담은 10만 원 안팎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급여 항목만 계산한 수치로, 비급여 약제와 검사가 더해지면 실제 지출은 회당 수십만 원대로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동결배아 이식은 과배란·난자 채취 과정이 없어 신선배아 대비 50~70% 수준의 비용이 들고, 보건소 지원(최대 50만 원)을 반영한 실부담은 회당 대략 15만~35만 원으로 추산된다. 체외수정은 평균 3~5회 시도 끝에 임신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회당 비용 못지않게 1년 단위의 누적 비용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급여의 무게는 공공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급여화 이후인 2019년 1~8월 신선배아 시술 회당 평균 본인부담은 153만 원이었고, 이 가운데 36%가 비급여였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지원 확대로 급여 항목의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비급여가 총비용을 좌우하는 구조 자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픽=마더인사이트)진짜 변수는 비급여… PGT 하면 '수백만 원' 추가
체외수정 과정에서 선택하게 되는 비급여 항목은 부담을 단숨에 키운다. 대표적인 것이 착상 전 유전검사(PGT)다. 배반포 단계 배아의 세포 일부를 떼어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정상 배아를 골라 이식하는 검사로, 고령이거나 반복 유산·착상 실패를 겪은 부부에게 권유되는 일이 많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검사여서 배아 생검과 유전자 분석 비용을 합치면 한 번의 시술에 수백만 원이 추가되고, 검사하는 배아 수가 많을수록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이 밖에 배아 동결·보관료 가운데 지원 한도(30만 원)를 넘는 부분, 착상보조제·유산방지제의 한도 초과분, 각종 부가 검사도 비급여로 남는다. 실손의료보험으로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지만, 가입 시기와 상품 세대에 따라 난임 관련 비급여 보장 범위가 크게 달라 약관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난임 지원을 위한 비급여 필수 약제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비급여 부담은 앞으로 더 줄어들 여지가 있다.
1년 치료 시나리오: 수십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치료 강도에 따라 1년 비용은 크게 갈린다. 아래 표는 지자체 지원을 정상적으로 신청했다는 전제 아래, 앞서 확인한 회당 비용을 토대로 구성한 추정치다. 실제 비용은 병원과 약제 구성, 비급여 선택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시나리오 B를 뜯어보면 이렇다. 인공수정 3회는 보건소 지원을 적용하면 급여 기준 실부담이 회당 0~10만 원 수준이어서 많아야 30만 원 안팎이다. 이어지는 신선배아 1회는 지원 적용 후 10만~50만 원, 동결이식 1회는 15만~35만 원가량이 든다. 여기에 지원 한도를 넘는 유산방지제·착상보조제, 배아 보관료, 각종 비급여 검사 비용으로 수십만 원을 더하면 1년 합계는 대략 100만~250만 원 범위에 들어온다. 시나리오 C에서 격차를 만드는 것은 급여 시술비가 아니라 회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PGT 등 비급여 검사다.
비용과 별개로 부작용 관리도 1년 계획에 넣어야 한다. 심사평가원 연구는 배란유도제에 난소가 과도하게 반응해 복부 팽만과 복통,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을 난임시술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았다. 부작용으로 시술이 중단되면 일정이 밀리면서 추가 진료비가 발생할 수 있다.
지원을 챙기느냐에 따라 격차도 크다. 신선배아 1회 기준으로 보건소 시술비 지원(최대 110만 원)과 비급여 3종 지원(합계 최대 70만 원)을 모두 놓치면 회당 최대 약 180만 원을 더 부담하게 되고, 체외수정을 4회 반복하면 720만 원가량 차이가 벌어진다는 계산도 있다. 같은 치료를 받고도 신청 여부에 따라 1년 지출이 수백만 원 갈리는 셈이다.
(그래픽=마더인사이트)시술비 밖에서 챙길 수 있는 것들
비용 부담을 더는 제도는 시술비 지원만이 아니다. 시술 전 단계에서는 가임력 검사비가 지원된다. 여성은 난소기능검사(AMH)와 부인과 초음파에 최대 13만 원, 남성은 정액검사에 최대 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24년 4월 시행 이후 2025년부터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대상이 넓어졌고, 확대 시행 두 달 만에 신청자가 9만 명을 넘어설 만큼 호응이 컸다. 본격적인 시술 전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진입로로 활용도가 높다.
직장인이라면 난임치료휴가도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2025년 2월 23일부터 연간 3일(유급 1일)이던 휴가가 연간 6일(최초 2일 유급)로 늘었고, 우선지원대상기업(중소기업) 근로자는 유급 2일분에 대해 고용보험에서 통상임금 100%(2일 기준 최대 16만760원)를 지원받는다. 사업주에게는 난임치료휴가 신청 사실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도 새로 부과됐다. 연말정산에서는 난임시술비에 일반 의료비 세액공제율(15%)보다 높은 30%가 적용돼 세금으로도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 추가 사업도 있다. 서울시는 공난포 등 의학적 사유로 시술이 중단돼 시술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시술 중단 이전까지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난임시술 중단 의료비 지원'을 202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지원도 확산되는 추세로, 현대자동차는 난임 시술비를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는 대상을 전 직원의 배우자로 확대한 바 있다.
'제도를 아는 만큼' 줄어드는 1년 치료비
정리하면 이렇다. 배란유도 중심의 1년은 수십만 원대에서 관리가 가능하고, 인공수정을 거쳐 체외수정에 진입하는 1년은 지원을 모두 챙겨도 100만~250만 원 안팎이 든다. PGT 같은 비급여 검사를 병행하며 체외수정을 반복하는 1년이라면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안팎까지 올라간다.
급여 항목의 문턱은 확실히 낮아졌다. 연령 구분 없는 본인부담 30%, 출산당 25회, 소득 기준 없는 지자체 지원까지 겹치면서 급여 시술 자체의 부담은 몇 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줄었다. 남은 변수는 비급여, 그리고 제도를 빠짐없이 신청하는 부지런함이다.
만약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술 시작 전에 보건소 지원 신청으로 지원결정통지서부터 받아두고, 병원에는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구분된 견적서를 요청하는 것이 1년 가계 계획의 첫 단추다. 통지서 발급까지는 통상 영업일 기준 사나흘에서 일주일가량 걸리는 만큼, 시술 일정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